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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 자동차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다큐멘트

김영태

윤승준 사진전 ‘자동기술’리뷰


전시기간: 2014.7.3.~7.22

전시장소: SPACE 22


자동차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다큐멘트 



폐차도-고려장6, pigment print, 2014


서양 근대화의 여러 산물 중에 하나가 자동차이다. 먼 거리를 여행하는데 있어서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육체적인 노고를 들어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고속도로를 비롯한 여러 도로가 새롭게 건설되었고, 그와 관련되어서 고속도로휴게소, 주유소, 카오디오 등 새로운 문화적인 소산물이 발생했다. 또 편리한 교통수단 일 뿐 아니라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에 따라서 부를 상징하는 기호로서의 역할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인 사람들에게는 수집의 대상이기도 하고, 남자들의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또 자동차의 내부는 사람의 신체에 비유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문화가 대중화되었다. 삶의 일부가 되었고 대중들의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가 신차 발표와 관련된 뉴스이다. 또한 자동차를 자신의 신체처럼 관리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자동차 외부와 내부를 개조하기도 한다. 자동차 자체가 소유주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서구사회와 마찬가지로 교통수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이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문화현상이다.


이번에 SPACE 22에서 ‘자동기술’시리즈를 선보인 윤승준도 여느 남성들처럼 자동차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 관심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폐차장에 주목했다. 작가는 그 기능을 다한 자동차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인 폐차장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폐차장에는 수명을 다하여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자동차들이 여기저기에 쌓여있다. 자동차 내부의 부품들은 분해되어 따로 보관되어 있고, 그 외관은 납작하게 포개져 산더미같이 쌓여있어서 애처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는 삶과 죽음 혹은 생명과 소멸을 상징하는 것 같은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작가는 이러한 폐차장 풍경뿐 만 아니라 폐차장이 아닌  곳에 버려져 있는 자동차에도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된 내용은 폐차장 풍경이다.



폐차도-결합10, pigment print, 2014


작가는 폐차장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시각으로 기록했다. 거시적인 시각으로 폐차장의 전체적인 풍경을 재현하기도 하고 미시적인 시각으로 대상에 접근하여 조형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결과물도 생산했다. 무덤덤하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 중에서 대상에 밀착하여 재현한 이미지는 자동차가 다른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철을 재료로 제작된 설치작품처럼 보여 지기도 한다는 얘기다. 불가사의한 분위기를 자아내어 관객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자동차는 그 기능을 다하면 고철 덩어리로 변하지만, 자동차를 의인화한 만화영화가 있는 것처럼 내부구조는 생명체를 닮아 있다. 그래서 인간의 신체기관에 비유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엔진은 심장으로, 타이어와 라이트는 다리와 육안으로 대체되어 묘사된다. 이와 같은 자동차가 수명을 다하여 마지막으로 가는 곳인 폐차장은 공원묘지나 장례식장과 같이 왠지 죽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작가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적으로 대상을 재현했지만 이와 같은 대상의 분위기와 느낌 때문에 보는 이들의 감정을 묘하게 자극하는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고화소수의 중형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였는데, 육안을 초월하는 재현능력 때문에 실제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또한 전시 작품 중 상당수를 대형사이즈로 인화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실재 대상을 마주하는 것 같은 존재감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가 전시공간의 특성과 어우러지게 파노라마 포맷으로 인화한 결과물도 있기 때문에 좀 더 효과적으로 작품이 설치되어 이미지 자체가 관객을 압도한다. 이번에 발표한 작품들은 특별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은 사실주의적인 사진이다. 하지만 작가가 다양한 촬영거리, 앵글, 프레임 등을 구사하여 대상을 재구성하였기 때문에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내용적으로도 동시대적인 담론을 생산한다. 무미건조한 대상들이지만 보는 이를 자극하는 감성적인 요소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삶과 죽음 혹은 현대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상징하는 것 같은 메시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폐차도-결합9, pigment print, 2014


사진가들의 기계에 대한 관심은 20세기초반부터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의 신객관주의 사진이다. 또한 이러한 독일사진의 전통을 계승한 유형학적인 사진가인 베허부부도 공장풍경을 비롯한 산업풍경을 찍었다. 윤승준이 이러한 사진사적인 맥락을 고스란히 이어받아서 ‘자동기술 시리즈를 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대표적 문화적 산물인 폐차장 풍경을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사진사적인 의미와 무관하게 작가가 시대와 조우한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사 중에 일부를 작업했다는 점에서 작가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지므로 작품으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했다. 사진을 비롯한 동시대 시각예술은 변모하는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결과물에 관심을 갖는다. 작가가 이번에 발표한 ‘자동기술’시리즈는 이러한 점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 현시대의 사회문화에 대한 시각보고서이자 작가의 아이덴티티 Identity를 상징하는 최종결과물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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